힘으로 끌고 가는 놈, 그걸 빼앗으려는 놈, 그리고 틈만 나면 속살을 뜯어 가는 놈
May 10, 2026•Cha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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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1 month ago
Duration7:23
Video IDJsDBqEFB4Zw
Languag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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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눈부시게 쏟아지던 어느 봄날이었다.
천하장사 하나가 무대 위에 등장했다.
그는 무엇을 번쩍 들어 올려 힘을 자랑하는 부류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기 몸집의 몇 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무언가를 질질 끌며 괴력을 증명하고 있었다. 무게야 알 수 없지만, 부피만 놓고 보면 족히 제 몸의 열댓 배는 되어 보였다. 그러니 천하장사라 불릴 만했다.
그런데 그는 단순히 힘만 센 존재가 아니었다. 머릿속까지 돌덩이는 아니라는 듯, 제법 영리한 방법으로 목표물을 다루고 있었다. 앞손으로 단단히 움켜쥔 채 몸을 뒤로 젖히며 조금씩 물러났다. 마치 힘겨운 노동이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기술이라도 선보이는 듯했다.
뒤로 움직이는 자세도 놀라울 만큼 안정되어 있었다. 길 위에 표시 하나 없건만 정확히 어딘가를 향해 뒷걸음질쳤고, 끌려가는 포획물은 한 걸음마다 좌우로 비틀거리며 억지로 따라갔다. 저항이라기보다 체념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마침내 그는 준비된 장애물 앞에 도착했다.
편평하던 땅이 갑자기 직각으로 꺾이며 아래로 떨어지는 경계. 보는 사람까지 아찔해지는 순간인데도 그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때였다.
그와 덩치가 비슷한 놈 하나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정면승부도 아니었다. 비겁해 보일 정도로 옆구리를 노려 들이받았다.
첫 번째 공격을 받았을 때 그는 잠시 흔들렸을 뿐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공격이 들어오자 결국 참지 못했다. 꽉 움켜쥐고 있던 포획물을 놓아 버린 채, 불쑥 나타난 적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난투극이 벌어졌다.
그 싸움은 단순한 다툼이 아니었다. 둘 다 목숨을 걸고 있었다.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도 않았다. 뒤엉켜 구르고, 밀치고, 물어뜯고, 걷어차며, 자기 몸에 달린 모든 것을 무기처럼 사용했다. 흙먼지가 일고 몸이 뒤집히고 다시 엉켰다. 잠깐 떨어졌다 싶으면 다시 달려들었다.
그때 저편에서 또 다른 놈 하나가 나타났다.
족제비를 닮은 인상이었다. 평소에도 비굴하고 약삭빠른 기색이 가득한 놈인데, 오늘도 어김없이 그런 표정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는 싸우는 둘의 눈치를 살피며 한참 주변을 맴돌더니, 처음 천하장사가 끌고 오던 포획물 곁에 멈춰 섰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원래 자기 것이었다는 듯 그것을 끌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싸우던 그도 그 장면을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도둑놈보다 눈앞의 적이 더 급했다. 자칫하면 천하장사 자리 자체를 빼앗길 판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몸을 던졌다. 그러나 상대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 사이 포획물을 훔쳐 달아나는 놈은 점점 멀어졌다.
그제야 치고받던 둘이 동시에 움직였다. 마치 갑자기 공동의 적이라도 생긴 것처럼 서로를 놓아 준 채 도둑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몇 걸음 떼지 못해 이상함을 깨달았다. 둘 다 걸음이 성치 않았다. 워낙 사납게 맞붙는 동안 다리 여기저기가 상해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 두 놈이 동시에 달려들자 겁 많고 약삭빠른 도둑은 혼비백산하여 꽁무니 빠지게 달아났다. 천하장사는 다시 자기 포획물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곧바로 또 다른 놈이 그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다시 싸움이 시작됐다.
멀찍이 떨어져 상황을 지켜보던 도둑놈은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추고 또 물끄러미 기회를 엿보았다. 다만 이번에는 쉽사리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다. 둘의 사나움을 이미 충분히 경험한 까닭이었다.
싸움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처음에는 구경꾼들도 모여들었다. 재미와 호기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하나둘 자리를 떴다. 결국 끝까지 남은 건 나 혼자였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처절한 사투가 사실은 죽은 송충이 하나를 차지하기 위한 두 마리 개미의 싸움이라는 것을.
개미도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싸운다. 그리고 그 싸움은 생각보다 훨씬 처절했다. 보고 있자니 정말 어느 한쪽 목이 떨어져야 끝날 것처럼 보였다.
2026년 5월 10일.
생명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무학은 오늘, 개미의 눈높이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