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오'로 알아보는 분단영화사 | 크리틱스 컷 [맥락 파악]

Aug 28, 2022Cha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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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Aug 28, 2022
Duration9:29
Video IDQPyQ9GK5fwk
Languageko
CategoryFilm & Animation
PrivacyPublic
Made for KidsNo
Video TypeRegular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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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상에서 이명박 정부 이후의 경향성에 대한 인용을 하면서 예시로 든 영화에 대해 오해를 하실까봐 추가로 덧붙입니다. 제가 인용한 정현주, 정희선 씨의 논문은 "타자화"에 대한 언급을 오영숙 씨의 논문에서 인용해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영숙 씨의 논문은 딱히 정권별 분단 영화의 달라진 경향성에 대한 연구가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논문이 나온 2012년 전 해인 2011년까지의 영화를 중심으로 '탈북(민)'이 어떻게 표상되고 있는지 연구한 논문이죠. '타자'라는 용어가 나오는 해당 문단을 통째로 인용해보겠습니다. "지난 역사 속에서 탈북자가 점하고 있던 사회적 영향력의 많은 부분은, 그것이 국가라는 공동체의 이익과 밀접하게 교섭한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었다. 탈북자는 국민국가가 지향해야 할 미래상에 대해 발언함으로써만 의미 있는 것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른바 탈냉전의 시대에 탈북자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이 전시대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탈북자영화들의 많은 부분이 각각의 편차는 있을지라도 국민국가가 정체성 형성의 여러 가능한 원천 중의 하나에 불과한 세상이 되었음을 반영한다는 공통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의 탈북자는 이데올로기적 호명 방식으로부터 점차로 자유로워지고 있으며, 소속감이라는 것을 국민국가의 내부로 생각하던 과거의 틀로부터 벗어나 보다 유연한 방향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탈북자는 이제 우리의 정체성이 민족국가 건설의 도구로써 존재할 수 없으며, 어떤 동질적 감성을 형성하려는 동화주의적 틀로서는 포착될 수 없는 존재임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타자이다. 더 나아가 탈북자는 외부적 타자일 뿐만 아니라 국민국가가 지닌 단일문화적 염원에 부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내부적 타자의 대표자일뿐이다." - 오영숙, '탈북의 영화적 표상과 공간 상상', 208쪽, 2012. 즉 저 영화들이 탈북민을 타자화 시키는 나쁜 영화다, 라는 뜻에서 인용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무산일기'의 박정범 감독은 후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기재되기도 했습니다) 2. 제가 기억하는 처음 본 분단영화로 '웰컴 투 동막골' 말씀을 드렸지만, 소위 '분단영화' 중 제 뇌리에 가장 깊숙이 박혀 있는 작품은 다큐멘터리 '경계도시 2'입니다. '경계도시2'는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가 2003년 귀국했다가 겪은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독일 시민권자인 그는 남한과 북한, 독일 등지를 오가며 3국 모두에서 강의를 펼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살던,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실제로 하버마스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딴 뒤, 학계에서 좋은 성과를 낸 학자로 평가받던 사람이기도 하고요. 북한 김일성대학에 초청 받아 강의를 한 적이 있고, 미국에서는 초빙교수로, 독일에서는 정교수로 일했습니다. 한편 체포 영장이 발행된 상태에서 37년만에 남한에 귀국을 감행한 그는 열흘만에 ‘해방 이후 최대 거물간첩’으로 규정되어 언론의 중심에 섭니다. 노동당에 가입한 이력 등이 문제가 된 것이었는데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위기에 처했던 그는 결국 2008년에 무죄를 선고받습니다. 영화상 가장 핵심이 되는 장면은 송두율 교수가 동지들에게서 이른바 ‘전향’을 강요받는 듯한 장면입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장면인지라 영화 개봉 후에 비판받은 그 ‘동지들’이 나중에 변명처럼 글을 쓰기도 했는데요. 그중 한 사람인 김형태 변호사는 그 상황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2003년 10월11일,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대략 네가지 방안이 나왔다. ⑴노동당 탈당 ⑵헌법 준수 ⑶독일국적 포기 ⑷처벌 감수. 노동당 탈당은 남북의 ‘경계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고, ‘헌법 준수’가 그날 밤새도록 가장 큰 논란거리였다. 이건 전향이라는 의견도 강력했다. 하지만….12일 일요일 새벽까지도 이 네가지 대안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홍형숙 감독의 다큐영화 '경계도시2'에는 당시 송 교수 방에서의 이 토론 장면이 들어 있다. 새벽 5시, 모임이 아무 결론 없이 깨지고 밤을 새운 우리 7~8명은 퀭한 눈으로 허탈하게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 뒤 송 교수가 단독으로 그 네가지 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 나중에 여러 기회를 통해,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이 우리 사회의 레드콤플렉스를 정면돌파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송 교수를 전향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는 비판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건 좀 도식적이고 그저 듣기 좋은 ‘멋진 말’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에 한 장면을 더해보자면, 그건 아마도 법정 밖에서 길거리 인터뷰 하는 장면일 겁니다. 2000년대 초반으로 벌써 20여년 전 인터뷰이긴 하지만, 빨갱이를 죽여버려야 한다는 식의 생생하게 날이 서있는 레드 콤플렉스를 날것으로 스크린에서 보는 경험은, 저로서는 처음 겪는 것이라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었습니다. 최인훈의 '광장'에는 이명준이 중립국으로 보내달라는 요구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내세웠던 송두율 교수가 '경계도시1'에서 그려졌던 방식이 꼭 이것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계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노동당 입당을 비롯해, 제3자가 보기에는 이해하지 못할 ‘타협’이 발생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주변에 이해받지 못하는 일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다큐멘터리 감독조차 '경계도시2'를 찍으며, 송두율 교수가 노동당에 가입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 사실을 '경계도시 1'을 찍을 당시 자신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죠. 그리고 그런 타협적 선택을 빌미로 송두율 교수는 최소한 남한에서는 경계인의 지위를 영원히 박탈당하고 맙니다. 경계도시 1과 2를 차례로 보면, 최인훈의 ‘광장’에서 카프카의 ‘소송’으로 치달아 가는 악몽 같은 과정이 잘 나타나는데요. 현실을 이기는 픽션은 없다고, 저는 아직까지도 분단영화 중에서는 이 영화야말로 최고봉에 달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다음 해에 나온 영화인 '의형제'의 결말이 보여준 판타지와 비교하면, 현실의 냉혹함이 더 잘 드러나보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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