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N뉴스] '님의 침묵'은 연애시 아닌 깨달음 문학적 표현
Jun 14, 2026•Cha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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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는 만해 한용운 선사의 대표 시집 님의 침묵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한 학술제에서 연구자들은 님의 침묵을 단순한 사랑의 시가 아닌, 분별을 넘어 진리와 하나 되고자 한 불교적 깨달음의 문학으로 해석해 주목받았습니다. 양유근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교과서에서 흔히 떠나간 연인을 향한 일편단심이나 항일 저항시로 배워온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하지만 이 시가 당대 유행하던 통속적인 연애의 언어를 완전히 뒤집고, 불교 인식론을 결합해 탄생한 문학사적 대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선학원 한국불교선리연구원이 개최한 ‘만해 한용운 선사 82주기 추모 학술제’에섭니다.
동국대 김춘식 교수는 “대선사이자 서슬 퍼런 독립운동가였던 만해가 왜 1920년대 조선을 뒤흔든 통속적인 ‘연애’의 언어를 빌려와 시를 썼는가?”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김 교수는 님의 침묵이 단순 감상적 고백이 아니라, 3·1 운동으로 인한 3년간의 서대문형무소 옥고라는 강제 칩거와 암흑기가 축적돼 폭발한 결정적 사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님의 침묵 속 침묵은 '나와 너'라는 이분법적 분별이 완전히 소멸해 ‘님’과 하나가 되는 순간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정의했습니다.
김춘식/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님의 침묵을 읽는 당대의 ‘기대지평과 정동’, 만해 한용운의 당대적 풍속과 정동에 대한 대응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살펴보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홍승진 교수는 시집의 구조적 매듭을 정밀하게 분석하며 또 다른 신선한 시각을 제안했습니다.
홍 교수는 님의 침묵에 수록된 88편의 시 가운데 무려 81편이 하나의 행이 하나의 문장 이상으로 이뤄져 있는 반면, 오직 7편에서는 한 문장이 두 개 이상의 행으로 쪼개지는 형태 변모가 일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교수는 이 7편의 시가 시집 곳곳에 흩어져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며 일종의 구조적 매듭을 형성한다고 봤습니다.
홍승진/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 문장이 두 개 이상의 행으로 끊어져 있는 호흡이 짧은 시를 읽게 되면 무언가 전환이 일어난다, 매듭이 지어진다, 느낌이 바뀐다는 경험을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입니다.)
팽팽한 구조적 긴장감을 유지해 시집 전체가 지루하게 늘어지지 않도록 환기한다는 겁니다.
선학원 한국불교선리연구원은 올해 님의 침묵 발간 100주년을 맞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습니다.
법진스님/한국불교선리연구원 원장
(님의 침묵을 인쇄소로 원고를 가져가서 인쇄하고 각 서점마다 배부하고 수금해서 인쇄소로 갖다주는 역할들을 당시 석주스님을 비롯한 선학원 대중 스님들이 같이...)
지광스님/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학술제와 예술제, 추모제를 진행하고 특히 만해스님의 님의 침묵이 10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더 뜻깊은 해이기도 하고요.)
단순한 문학적 수사를 넘어, 인간 인식의 한계를 깨고 현실 속에서 진리를 구하고자 했던 만해 선사의 포효는 정신적 빈곤과 분별심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강렬한 화두와 해법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BTN뉴스 양유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