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창] “한번만 가봤으면”…음악극으로 풀어낸 실향의 아픔 [통일로 미래로] / KBS 2026.07.11.
Jul 11, 2026•Cha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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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과 이산가족이 항상 마음속 깊은 곳에 품고 있는 심정. 아마 그리움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움과 기다림을 담은 음악극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평양냉면과 북한식 만두 등 고향 음식도 함께 마련됐는데요. 이 자리에선 자연스럽게 고향과 가족 이야기가 나왔고, 실향민들은 서로의 사연과 애환을 나눴습니다. 고향의 맛과 노래로 그리움을 달래는 자리에 정미정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북녘에 가족을 두고, 고향을 떠나...한 많은 세월을 견뎌내야 했던 이산가족들.
[한동자/이산가족 2세대 : "아버지가 제일 그리워한 게 임진각에 가서 늘 바라보면서 부모님 보고 싶은 것, 아버지 부모님 보고 싶은 게 우리 아버지 큰 소망이셨어요. 그런데 그걸 못하고 돌아가셔서..."]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 끝내 닿지 못한 마음들이 음악극 ‘한 많은 대동강, 평화의 꽃으로 피다’에서 노래와 연극이 되어 되살아납니다.
누군가에게 고향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이지만, 실향민과 이산가족에게 고향은 평생 그리워해야 하는 이름인데요. 오늘 그 사연이 노래와 연극으로 무대 위에 오를 준비를 합니다.
공연을 앞둔 대기실,
["문명의 학문을 닦아를 봅시다."]
배우들이 막바지 준비에 한창입니다.
["나는야 통일이 되면 대동강 물을 배가 터지도록 먹고 싶다야."]
1950년 12월, 평양의 대동강 철교 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는 피란민들.
음악극은 전쟁으로 북녘 고향을 떠난 수혁 가족이 피란길에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잃고, 남쪽 땅에서 실향민으로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이야깁니다.
[오현승/배우 : "전쟁이 발발할 때 대동강 철교가 깨지고 무너져서 실향민들이 다 남쪽을 향해서 뭉게뭉게 내려오고 그 실향민들의 슬픔, 애환을 담은 음악극을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의상과 소품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살리고, 서도소리 가락으로 실향민의 정서를 더 깊게 전했는데요.
[유지숙/서도소리 명창 : "평안도 지역에 모내기 소리가 있습니다. 평화로운 전경 속에 봄의 시작을 알리는 평안도의 전경을 노래한 거예요."]
가족의 어머니 역을 맡은 유지숙 명창은 북녘에서 전해진 소리로 실향민들의 기억을 무대 위에 풀어냈습니다.
[유지숙/서도소리 명창 : "서도소리는 평안도, 황해도 소리다 보니까 아무래도 고향을 두고 온 사람들의 애환과 아픔이 아주 잘 묻어나 있는데, 지금은 갈 수 없는 곳이다 보니까 더 애잔한 느낌이 드는 것이 서도소리의 특징입니다."]
전쟁과 분단을 겪지 않은 세대도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극.
아역 배우들 또한 부모의 손을 잡고 피란길에 올라야 했던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됩니다.
[유주하/배우 : "피난 갈 때 진짜 무섭다 이런 느낌이 들고."]
[장예주/배우 : "저는 피난 갔을 때 어떻게 그 사람들이 버텨야 됐나, 두렵고 무서운데..."]
이처럼 작품은 실향의 기억을 다음 세대와 나누는 데에도 의미를 두고 있는데요.
극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정경조 이북5도위원회 평안남도지사는 음악과 문화가 그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습니다.
[정경조/이북5도위원회 평안남도지사 : "아버지의 고향, 어머니의 고향을 마음속에 두고 먼 훗날 통일로 이어지는 정서적 이음을 음악으로 또는 문화로 연결시키고 싶고, 이 극을 통해서 평화와 통일 그리고 전쟁이 있지 말아야겠다는 그런 것들을 극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음악극 준비가 한창인 사이 행사장 한쪽에서는 이북 음식들이 공연을 기다리는 이들의 허기를 달래고 있는데요.
비슷한 기억을 가진 이웃들과 마주한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안부와 고향 이야기가 오갑니다.
노릇노릇하게 부친 전이 소쿠리 위에 소복이 쌓였습니다.
[이영옥/자원봉사자 : "함경남도에서 많이 드시는 음식이에요. 녹두전이라고."]
순대와 만두도 봉사자들의 손끝에서 정성스럽게 준비됐는데요.
["어디 만두에요? (황해도 만두!)"]
여기에 실향민들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평양냉면입니다.
["보기만 해도 면발이 쫀쫀해 보여요. 탱글탱글."]
한 그릇 한 그릇에 그리움의 맛을 담는데요.
[박정희/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사무총장 : "이산가족분들도 고향에서 드셨던 어릴 적에 드셨던 음식이 냉면입니다. 커서도 돌아가실 때까지도 냉면을 드시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북이란 공통점으로, 자연스레 벗이 된 이들.
["저는 평안북도 선천군입니다. 저는 함경남도 신흥군 동탄면 온풍리입니다. 저는 평안남도 중화군 (실향민) 2세대입니다."]
음식은 북녘의 고향뿐 아니라 함께했던 가족의 기억도 불러냅니다.
[계호찬/실향민 : "어머니가 평안북도 선천이 고향이신데 임종하신 지는 한 2년쯤 되셨어요. 이렇게 와서 이북에서 이북 분들이 직접 만들어주신 음식을 먹다 보니 어머니 생각이 절로 납니다."]
가슴에 잊을 수 없는 사연 하나씩은 품고 있는 이북5도민들,
[백규영/실향민 : "내가 16살에 1.4 후퇴에 평양으로 나와서 후퇴하는 바람에 따라 나와서 다섯 식구는 북에 남아 있고 여섯 식구가 한 달 5일 동안 걸어서 서울까지 온 거예요."]
이제 기다리던 음악극을 앞두고 관객들의 발걸음이 객석으로 향합니다.
막이 오르자, 노신사가 된 수혁이 임진강 너머 북녘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 떠나온 고향 대동강을 떠올리는 장면이 시작됩니다.
["저 강은 기억하겠지, 저 강은 내 마음을 알겠지."]
전쟁 전의 평화,
["이렇게 서로 합심해서 일을 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피란의 두려움과 공포, 낯선 땅에서의 정착, 그리고 다시 만나고 싶은 간절함까지 극은 한 가족의 굴곡진 시간을 따라갑니다.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마음도 저마다의 기억으로 이어졌습니다.
[김한기/실향민 2세대 : "명절이 좀 우울한 명절이었어요. 아버지가 명절 때만 되면 항상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꿈에 본 내 고향’ 노래를 부르시면서 울었기 때문에."]
여전히 아버지의 사진을 간직한 아들은 아버지가 끝내 다녀오지 못한 고향을 마음에 품고 살아갑니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북녘 고향에 꼭 가보라던 마지막 당부.
["(북녘의) 아버님 선산. 어르신들한테 인사 한번 하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죠."]
그 한 많은 그리움을 기억하고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이어가는 것,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 KBS 기사 원문보기 : http://news.kbs.co.kr/news/view.do?ncd=8608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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